아무도 찾지않는 그 자리, 그 시간
새벽 길을 달렸지요.
마주 서지 않으면
아무 것도 아닌 것이 당신과 나의 일이기에
말갛게 빈 가지로
隱者처럼 서 있는 당신
그 서늘하고 묵직한
당신 침묵의 온도를 가늠해봅니다.
봄, 여름, 가을
반짝이고 눈부시고 황홀하던 것들
기억의 방을 술렁거리며
저만치 달아나고
흔드는 것도
흔들릴 것도 없는 계절
그저 빈 가지를 스치는 무심,
그 무심만이 잔잔한 나무 그림자로 어립니다
산다는 건
추운 계절
나목이 되어 버티는 일
가볍지않은 생의 무게를 감당해내는 일
고작
당신을 사랑한다는 일이
무언으로 소통하는 침묵의 깊은 온도를
다만 가슴으로 가늠해보는 일 뿐입니다.
사진/양떼목장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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