해바라기의 노래
그 해 여름,
당신을 처음 본 날
눈이 부셔 바라볼 수도 없을만큼
햇살이 뜨겁게 쏟아졌어요
붉다 못해 노란 빛으로
당신의 열정은 이글거렸고
해바라기를 그린 빈센트 반 고흐처럼
그 열정의 깊이만큼 당신은 고독했었지요..
당신의 그 빛나는 고독을 바라보다
그만, 눈 멀고 만 나는
언제부턴가 당신의 빛깔을 닮아
노랗게 모습이 변해가고
심장 한가운데
동글동글 멍울이 생겨났던가요
흔들리지 않고 어떻게 꽃이 되냐고,
꽃이 되지 않고 어떻게 눈부실 수 있냐고
당신은 온종일 하얗게
내게 부서지며 말했어요
보셔요
내 심장 한가운데 숨은 수많은 꽃들
까치발 세우며 소곤소곤
일어서는 것
수줍은 듯 두근거리며
보송보송 솜털처럼 피어오르는
저 그리움의 융기
숨이 막힐듯 뜨거웠던 당신의 입김은
내 심장에 아린 멍울을 만들고
마음이 익기 시작하면서 꽃이 된다는 거
내 안에 무수히 숨어있던 그리움의 씨앗은
당신의 눈부신 빛을 그리며
톡톡.. 별꽃이 된다는 거
꽃 한송이에
어떻게 그 많은 별꽃들이 숨어 있었는지
당신의 그 뜨거운 눈맞춤이 아니면
모를 뻔 했어요
비밀처럼
새로운 우주가 열리고
슬픔과 기쁨이 별꽃으로 내 안에서 피어나던 날들
그래요..
그 해 여름, 눈부시게 달아오르던 그 햇살도
하얗게 빛나던 당신의 눈부신 고독도
영원한 건 없겠지요
당신을 닮고파
노랗게 활짝 폈던 내 마음도
꽃이 되고싶어
눈부시고 싶어
세포 올올이 돋아나던 내 그리움도
흐르는 계절 앞에
그만 고개 숙이고 말지만
그래도
당신만을 향해 있던
그 해 여름이
내게는 눈부신 한 생애였지요
스스로 환하게 피워올린
눈물겹게 아름다운 한 생애였지요
사진/구리시민공원