포토 에세이
빈들의 노래
명랑미녀
2010. 11. 30. 05:55
이제는 아무 것도 줄 것이 남아있지 않다고
추수 끝난 저 들녘
빈 손 내어밀며
허옇게 센 억새 흔들어 도래질합니다
기름진 것 다 내어주고
듬성듬성 까칠함만 남아
햇빛, 바람, 구름에도 더는 노래할 것이 없다고
돌아서는 뒷모습이 서늘한 늦가을 들판
풍성함 비워낸 넓은 가슴에
작은 집 한 채 짓는다고 나무라진 않겠지요
시린 하늘 가려줄 감나무로 담장 두르고
초겨울 바람에 억새 익는 소리 듣는다면
내 머무를 곳 부족함 없습니다.
우~우~우~
아무 것도 붙들지 않고
아무 것에도 붙들리지 않는 빈들의 소리에
내 남은 계절
못내 아파하며 팔랑이겠습니다
사진: 임실 구절초 축제장과 옥정호 에서