오후만있는 수요일
그대여 가을입니다
명랑미녀
2013. 9. 27. 07:02
선홍빛 나뭇잎 우수수 떨어져서
바람 따라 이리저리 흩어지면
시리도록 파란 하늘
머리에 이고
문득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
그대여 가을입니다
따가운 햇볕 쏟아져서
섬세한 손길 쓰다듬으면
햇곡식 찰랑찰랑 살 붙는 소리
햇과일 단물 드는 냄새 유혹하는
그대여 가을입니다
느티나무 숲에서 온 산들바람
잠 못 이루는 그대 창가 기웃거리면
홑이불 목선까지 끌어올리고
귀뚜라미 자장가에 소롯이 잠드는
그대여 가을입니다
고독은 무시로 찾아오는 늪
혼자만의 슬픔으로 앓는 외로움도 지병
책갈피 끼워 넣은 단풍잎처럼 추억에 살고자
누군가를 만나 시린 어깨 기대고픈
그대여 가을입니다
그대여 가을입니다 -詩 김설하