포토 에세이

푸른 오월은

명랑미녀 2010. 1. 20. 06:11

 

 

바람과 풀과 나무와 숲과 햇살과

모든 것이 푸르른 계절입니다

아직은 여물지 못한 이야기가 있습니다

 

바람이 풀을 스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

오소소 마음에 돌기가 섭니다

마치 누군가 정겹게 말을 걸어오는 듯

속살대는 소리가 들리거든요


 

류시화 시인의

"그대가 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" 는 시가 생각납니다

가까이 있는데도 그리운 마음이 드는건

저 뿐만이 아닌가 봅니다

 

그대를 위한 빈 자리에

오늘은 바람과 나무와 숲과 햇살이 들어와 앉습니다

싱싱한 오월의 바람이 창 가득 넘실거리고

뜻모를 현기증에 그만 마음이 아득해집니다


 

손 내밀면 잡아줄 것만 같은 그대 이름만으로도

온몸 가득 초록 물 번져옵니다

따뜻한 그대 생각만으로도

언제나 마음은 저 오월의 풀빛입니다

 

이 우주 어딘가에

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

가슴에는 찬란한 고독을 품었어도

생의 유머를 잃지 않고 노래하며 가야할 이유입니다

 

'거기 있음' 으로 행복해지는것, 그 위안..

푸른 나무그늘 같은 그대를 바라보는 일

사랑에 빠진 날들처럼

아름다운 세상이 어디 있겠는지요

 

그 사랑으로 인해 가슴 설레고

그 사랑으로 인해 향기 속에 머무르다

그 사랑으로 인해 고통 속에 수없이 절망한다 하더라도

또다시 그 사랑으로 인해 세상에 눈을 뜰 수 있기에..

 

 

푸르름 속에 조용히 앉아 있으니

그대 마음자리는 어떠신지 궁금해집니다

 

그대 꿈이 나의 꿈과 닿아 있는지

내 존재 만으로도 그대 가슴 푸르러 지는지

내 이름 부르면

그대 가슴 휘파람 소리로 일렁이는지

 

그런데 한번씩

가슴이 저려오는 건 어쩐 일일까요?

 

텅 빈 편지함을 보는 것처럼

내 삶이 바삭거리며 건조해져서

풀풀 먼지가 되어 날아가는 날들이라니요

더 짙어지는 외로움과 직면하는 날들이라니요


 

곁에 있어도 그리운 그대처럼

눈을 감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

내 마음 깊숙이 들어가지 않으면

만날 수도 없는 당신

 

오늘은

저 푸른 바람처럼 내게 속삭여 줄 것인지

청보리 익어가는 오월의 창가에서

눈 감고 귀 기울여 그대를 생각합니다



 

사진/동해 일주 하면서

 
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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