몇번을 스치듯 지나온 것뿐인데도
자꾸 마음이 가는 곳이 있습니다
언제부턴지 내 안에 들어와 사는
이를테면 대관령 넘어 남애포구
그 길 따라 거기 다녀올 겁니다
사실은 파도소리 듣지도 못하고
바다 못 본지 너무 오래인지라
아무래도 병 날 것 같았거든요
o 초록 세상을 지나며
산과 들이 온통 초록 세상이던걸요
저 나무 몸 안에 어찌 그리 많은
초록을 품고 있었더란 말입니까
저리 많이 뿜어내고도 괜찬을까
쓰러지지나 않을까 걱정되던걸요
나도 누군가에게 저토록 간절하게
그리움 쏟아낸 적 있기나 했었던가
나의 그리움은 무슨 색깔이었을까
o 님께선
다가오고 멀어지는 풍경에
찔래꽃 씀바귀 냉이 꽃에게
고운 눈길 주시기만 하셔요
피곤 하시면 눈 감으시구요
무슨 음악을 들려드릴까요
가만히 웃으시기만 하셔요
심심하시면 창문 조금 열어
지나가는 바람 어루만지고
어여쁜 표정만 짓고 계셔요
o 남애항에서1
그동안 파도와 모래들에게
속상한 일이나 있었던지
파도가 데려왔던 모래들을
도로 데려가 버렸나 봐요
모래를 안아주고 적셔주는
파도의 모습 좋아 보이더니
이제 그 모래밭에 남겨놓은
발자국들 어찌 됐을까요
저기까지 걸어갔다 왔었는데
아무래도 방파제 만든 탓인지
넓고 길다랗고 곱던 모래밭이
사라진지라 참 많이 아쉽군요
o남애항에서2
파도 밀려오고 밀려가는거
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습니다
높고 끝없는 파도로 당신이
제게 밀려왔던 적 있었지요
달려와선 부서지는 당신을
안아드리지도 못했었지요
썰물로 멀어져 가는 당신을
붙잡아 보지도 못했었어요
오늘은 파도가 더 높군요
언제쯤 잔잔해 지려는지
끝없이 밀려와서 부서지는
당신 바라보고만 있습니다
o돌아오는 길
음악은 꺼버리고 조금 열어둔 차창에 부딧는
바람소리 산 소리 귀 기울입니다
어둠 깊으니 길가 표지판 더욱 또렷해 집니다
내 그대 길에 어떤 표지판이던가 생각합니다
그대 살아가는 길에 심심할까 외로울까 하여
산새 되고 나비 되고 풀벌레 되고 싶습니다
그대 밟고 가는 산길 흙길 되고 풀잎 되고
그대 건너는 개울 징검다리 되고 싶습니다
-사진/동해 일주 하면서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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