포토 에세이

초록 세상을 지나면서

명랑미녀 2010. 1. 20. 06:13

 

 

 

 

 

몇번을  스치듯 지나온 것뿐인데도

자꾸 마음이 가는 곳이 있습니다

언제부턴지 내 안에 들어와 사는

이를테면 대관령 넘어 남애포구


 

 

그 길 따라 거기 다녀올 겁니다

사실은 파도소리 듣지도 못하고

바다 못 본지 너무 오래인지라

아무래도 병 날 것 같았거든요


  

o 초록 세상을 지나며

 

산과 들이  온통 초록 세상이던걸요

저 나무 몸 안에 어찌 그리 많은

초록을 품고 있었더란 말입니까

 

 

저리 많이 뿜어내고도 괜찬을까

쓰러지지나 않을까 걱정되던걸요


 

나도 누군가에게 저토록 간절하게

그리움 쏟아낸 적 있기나 했었던가

나의 그리움은 무슨 색깔이었을까

 

 

 

o 님께선

 

다가오고 멀어지는  풍경에

찔래꽃 씀바귀 냉이 꽃에게

고운 눈길 주시기만 하셔요

 

 

 

피곤 하시면  눈 감으시구요

무슨 음악을 들려드릴까요

가만히 웃으시기만 하셔요

 

 

 

심심하시면 창문 조금 열어

지나가는 바람 어루만지고

어여쁜 표정만 짓고 계셔요

 

 

 

o 남애항에서1

 

그동안 파도와 모래들에게

속상한 일이나 있었던지

파도가 데려왔던 모래들을

도로 데려가 버렸나 봐요

 

 

 

모래를 안아주고 적셔주는

파도의 모습 좋아 보이더니

이제 그 모래밭에 남겨놓은

발자국들 어찌 됐을까요

 

 

 

 

저기까지 걸어갔다 왔었는데

아무래도 방파제 만든 탓인지

넓고 길다랗고 곱던 모래밭이

사라진지라 참 많이 아쉽군요

 

 

 

o남애항에서2

 

파도 밀려오고 밀려가는거

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습니다

높고 끝없는 파도로 당신이

제게 밀려왔던 적 있었지요

 


 

 

달려와선 부서지는 당신을

안아드리지도 못했었지요

썰물로 멀어져 가는 당신을

붙잡아 보지도 못했었어요

 


 

 

오늘은 파도가 더 높군요

언제쯤 잔잔해 지려는지

끝없이 밀려와서 부서지는

당신 바라보고만 있습니다

 

 

 

 

 

o돌아오는 길

 

음악은 꺼버리고 조금 열어둔 차창에 부딧는

바람소리 산 소리 귀 기울입니다

 

어둠 깊으니 길가 표지판 더욱 또렷해 집니다

내 그대 길에 어떤 표지판이던가 생각합니다

 

 

 

 

그대 살아가는 길에 심심할까 외로울까 하여

산새 되고 나비 되고 풀벌레 되고 싶습니다

 

그대 밟고 가는 산길 흙길 되고 풀잎 되고

그대 건너는 개울 징검다리 되고 싶습니다

 

-사진/동해 일주 하면서- 
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Happiness and Sunshine _ Exuma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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