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대 보셔요
이른 봄 설렁이는 바람에
개울물도 덩달아 흥얼거리며 졸졸거리고
겨우 내 움츠렸던 땅들
수상한 낌새에
기지개를 켜며 두런거립니다
나뭇가지마다 발그레 몽오리져 있던 것들
부끄러움도 잊은 채
톡톡
속살거리는 바람에 불거집니다
어여쁜 봄기운 슬쩍 빌어
자꾸만 여며도 벙그러지는 내 마음도
봄 꽃잎에 적어 부치니 그대 보셔요
막 피어오르는 사랑도
오래 익혀온 사랑도
사랑이란 말은 이리도 몽롱하고 혼곤합니다
연정을 드러내는 일은 늘 수줍기만 한 거라서
속으로만 감추던 열정 제 스스로 겨워
가지 끝 발그레 물들이더니
저리도 곱게, 저리도 은근히
부끄러운 마음 펼쳐보입니다
사랑하고 싶다고..사랑받고 싶다고..
어쩌면 그게 전부일지도 모를 생
겁없이 송두리 째 내어 겁니다
부드러운 바람의 키스
눈을 감을 수 밖에 없는 아찔한 햇살의 감촉
따뜻하고 달콤하게
온 몸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봄비
피어나지 않고 어쩌겠는지요
그대 보셔요
언젠가 봄비로 그대가 날 깨우던 날부터
내 안에도 그대 향한 마음 붉어
이리도 갸날픈 꽃잎 되어
겹겹이 숨어 있는 걸
피는 일도 지는 일도
스스로는 어찌할 수 없기에
차마 사랑한단 말 못하고
그대가 다니는 길
어느 호젓한 모퉁이에 서서
아픈 꽃 한송이로 피워올랐습니다
사진/삼실근처공원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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